터키에서 있었던 꽤나 어이없지만 생각해보면 추억거리로 남을만한 우습거나 황당한 에피소드들...
실제로 겪은 것이나 한국에 귀국한지 어언 5개월이 다 되어가므로 100%는 아닐 수도 있음. 메모를 안하는 성격상 IQ 125의 머리를 믿는 수밖에.. 참고로 시간 순서가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에피소드 순으로 정렬했고 귀찮아서 앞뒤 전개과정을 잘라낸 경우도 있으니 주의 요망...;;;
#1. 반으로 가는 버스에서..
사프란볼루에서 친해진 한국인 남매 여행객 2명과 함께 도망치듯 이스탄불로 온 뒤,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스탄불에 남았고 난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반(Van)으로 가기 위해 에센레르 오토갈에 갔다. 사실 원래는 반을 갈려고 했던게 아니었는데 솔직히 가고 싶은데도 없는데다 당시 오토갈에서 딱히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세계를 헤멘다 간다'를 보고 그냥 반에 가기로 맘먹었다. 아마 내 기억엔 그 전까지만해도 도우베야짓 갈려고 마음 먹었었던 것 같았다. 어차피 난 여행이란게 마음 가는데로 몸 가는데로 떠나는거라 생각하기에 가끔은 우습게 보이겠지만 배낭메고 오토갈에 일단 간 뒤에 그곳에서 어디로갈까 결정한 후 10분만에 표를 산 적이 상당하다... 하지만 자유가 없는 여행은 '확인사살(어떤 분의 여행기에서 읽은 뒤로 신념이 되었다. TV켜면 나오고, 인터넷켜면 나오는게 유물이고 유적인데 그것만을 쫓아 힘들게 고행하는건 여행이 아니라 '확인사살'에 불과하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굳게 믿기에 남을 의식하진 않는다... 어쨌든. 반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Van gölü였을텐데 버스표 찾기 귀찮아서 생략. 낮 12시~1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매표원 말로는 약 2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난 그제서야 아뿔싸 실감이 났다. 돈 쫌만 더주면 비행기타고 1시간 30분이면 가는 것을... 결국 24시간동안 어쩌나 정말 걱정했다. 그전까지만해도 최장 버스탑승기록은 19시간 30분이었다. 그때는 승무원이 나랑 동갑이었는데 그냥 귀엽고 계속 말걸어서 시간이 금방갔던 편이었다. 그런데도 힘든건 사실이었다. 헌데... 24시간이라니.. 거의 절망적이었다. 결국 버스는 출발했다... 얼마 가지않아 잠들었다. 2, 3번 깼다. 그리고 일어나니 놀랍게도 아침이었다!!! 더욱 놀라운건 바로 옆에 반호수가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몇 시간을 잤는가는 상상에 맡기겠다... 2시간 정도 뒤에 반에 도착했다...
#2. 내가 터키인으로 보이니? 별난 Van의 아이들..
터키는 무지 더운 나라다. 최근엔 국토의 급격한 사막화로 인해 습윤한 지역인 트라브존 일대의 '카라데니즈 지방'을 제외하곤 거의 전국토가 사막화되었다. 덕분에 내가 동부를 한창 여행할때인 7~8월동안 대낮의 온도는 40~45도에 육박하였고, 심지언 밤에도 20~3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잠도 못잘 정도였다... 한창 열심히 의욕적으로 돌아다니고 나니 쉽게 타는 나의 피부체질상 금방 쿠르드족(;;)처럼 되어버렸다. 때문에 가끔 나보고 터키인이냐고 묻기도 했고, 아니라고 하면 그럼 너희 아버지가 터키인이냐 아님 어머니가 터키인이냐 묻기도 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카자흐스탄 사람이냐 키르기즈스탄 사람이냐 묻기도 했다.. 살은 시커멓게 탔지, 터키어도 제법하지..;;;
여기서 #1과 연결된다. 반에 도착한 후, 그 유명한 호샵성에 가려고 하였으나 반의 시청에 들어가서 관광과에 문의한 결과 공사 중이라고 못간다고 했다. 할수없이 그냥 '반성(Van Kalesi)'에 가려고 미니버스 출발지를 찾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현지인들한테 물어봐도 다 모른다고 그러거나 제대로 안 알려줘서 헤맸다..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직방이었다... 애들은 외국인을 좋아하는걸 간파한 나는 구두닦이를 하는 아이에게 미니버스 타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니까 제법 자세히 알려줬다. 길건너편 골목으로 요리조리해서 갔는데 뭐 도통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여기서 타는게 아니라고만 하고 말을 끊는다... 제길.. 그런데 그 사람 옆에있던 아이가 나한테 저기서 탄다고 하면서 끌고 가는 것이다. ㅋㅋ 덕분에 금방 탔다. 대신에 애들이 막 몰려들어서 양말 팔아달라고 그러는 바람에 좀 혼났다..
미니버스를 타고 반성 앞에서 내렸다. 그런데 도통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약간 헤메니까 막 애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막 자기네가 길을 안내하겠다고 그러는 것이다. 뭔가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머리속에 퍼뜩 지나갔다. 애들이라면 좋아라하고 안심하는 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실제로도 무언가 잘못돌아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애들 10여명도 막 나를 둘러싸더니 사람들이 올라가는 저쪽은 절대 입구가 아니고, 자신들이 입구를 알고 있다며 따라오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우습지만, 평소 내 성격답지 않게 단칼에 너희들 못믿겠다고 그 아이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어떤 아저씨에게 가서 입구가 어디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자신도 저 아이들 못믿겠다면서 쟤네들 믿지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차에 타라고, 입구(매표소)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아저씨의 친절 덕분에 꽤나 먼 입구까지 자동차로 잘 갔다 ㅋㅋ 아저씨를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차에 동생과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아이들을 믿을 수 없었던 이유는 돈을 바라는듯한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모르겠다... 옛날에 디야르바크르에서 애들한테 휴지 강매당한 뒤로 좀 겁먹어서 여유를 잃은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Anyway.. 반성은 그다지 볼게 없었다. 성이라기보단 성곽의 터라고 보는게 옳을 것 같기도 했다. 화려한 궁전이 있는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산성같은 느낌이었으니. 그래도 거기서 그 유명한 '반호수'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어서 기분은 좋았다. 좀 을씨년스럽고 어둑어둑해질 것 같아서 내려왔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가려고 미니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어디서 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차고 놀고 있던 아이에게 버스 어디서 타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여기서 타면 된다고 기다리라고 하길래 기다렸는데 버스가 그냥 지나갔다... ㅠㅠ 그래서 좀 더 기다려보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거기서 한동안 기다렸다. 여느 쿠르드족 아이들이 그렇듯이 좀 많이 지저분해보였지만, 그래도 착하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하게왔다. 내 느낌 그대로 착한 아이였다. 그런데..;;; 내가 너 쿠르드족 맞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역시 이 뛰어난 직감 ㅋㅋ 그러더니 나한테 형은 어디서 왔냐고 묻는게 아닌가. 그래서 늘 그렇듯이 Kore(한국)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 그런다. 기특했다. 그리고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아이들이 몰려왔다. 걔네들이 나하고 얘기하던 그 아이보고 '저 사람 어디 사람이야' 묻는걸 얼핏 들었다. 답변이 나를 경악케했다...;;;
"터키인이래"
아니, 아까 내가 한국인이라고 할때 '아, 그렇구나' 한건 뭔데...;;; 여하여튼 결론은 착한 아이였다...
반(Van)은 아이들이 각양각색이고 특이했다... 꽤나 많이...
#3. 테키르다에서... 도우베야짓에서... 카이세리에서...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솔직히 잘해 나는 터키어를 잘한다. 또 솔직히 말해 나는 터키어를 잘 못한다. 무슨 말인가하면, 회화(Conversation)는 정말 잘한다. 공부를 게으르게해서 단어를 거의 안 외웠다. 하지만 시의적절하게 단어를 끼워맞추고, 필요한 단어를 모를 경우 다른 단어를 잘 조합해 말을 이어나가는데는 거의 천부적이었다. 참고로 난 토멜에서 기초 1단계에선 전체 차석, 2단계에선 전체 수석을 맞은 수재다 으하하!! 그것도 공부 안하고!! 그건 내가 터키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회화(수다)는 수준급이었지만 문법 공부와 단어 공부를 등한시한 관계로 리딩(Reading)에는 쥐약이었다.
각설하고... 가끔 내가 외국인인 관계로 터키애들이 영어로 나한테 말을 걸 때가 있다. 그럴 땐 난감할 때가 있다. 영어를 써야하나, 터키어를 써야하나... 나중에 되니까 입에서 터키어가 먼저 반응해서 거리낌없이 터키어를 썼지만, 초반엔 터키어가 틀릴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나 영어 쓸줄 안다고 자랑하고 싶은 소인배의 마음이 발로하는 바람에 괜히 일이 꼬였던 적이 많았다.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은 이스탄불에서지만 맨 나중에 적고, 테키르다의 Ahmed Salih 집에 있을 때다. 애가 별로여서(조금 꽤..;;), 얼른 테키르다로부터 도피하려고 몰래 시내로 가서 Metro 회사에 갔다. 내가 딱 들어가니까 남자 2명과 여자 매표원 1명이 있었는데 나를 보니 흠칫 놀라는게 아닌가.. 테키르다가 외국인이 출몰할 가능성(0.01%)과 이 버스회사에 지금까지 외국인이 단 한명이라도 들어왔을만한 가능성(0.0000001%)을 순간적으로 헤아려보다가 나도 흠칫 놀랐다..;;;; 터키 남자 한명이 역시 터키인스럽게도 자기 영어 잘한다며 으스대며 말을 걸어오는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터키어를 쓰자니 또 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닌 것 같고, 영어를 쓰자니 나도 막상 입에서 잘 안나오고 저 사람도 왠지 망신당할 것 같아 속으로 망설였다. 결국 영어를 썼다.... 저 사람들이 터키어로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듣는 상태에서.... 난 별수없이 영어로 나 그리스 가고 싶은데 테키르다에서 출발하는 국제버스노선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남자는 뭐 예상했듯이 저 단어가 기억이 안난다는 핑계를 대며 통역을 회피하고 있었고, 여자 매표원도 조금 당황했다. 결국 여자 매표원은 잠깐만 기다려 보라더니 컴퓨터에서 영-터 문장번역기를 켰다. 순간 울컥했다... 내가 터키어 비싼 돈 주고 배워놓고 이런 꼴깝짓을 떨어야하는 거지... 다행히 내가 쓴 영어가 매끄럽게 터키어로 번역되서 나왔고 내일인가 출발한다고 했다. 난 알았다고 다음에 생각해보고 오겠다고 했다....
2번째 도우베야짓에서... 그 유명한 사루한(맞나?) 오텔(여관임..)에 갔다. 반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도우베야짓으로 갔는데 이상한데다 내려줘가지고 찾는데 무지 애먹었다.. 직원이 영어로 말하길래 그냥 터키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그 사람하곤 계속 터키어로 얘기했다. 난 이번엔 테키르다에서 있었던 그 뻘짓을 안하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과 마지막날까지 그 직원 대신 오텔 주인이 날 응대했다. 그땐 입에서 영어가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입이 굳었을 때였다.. 헐... 마지막날 결국 체크아웃한다고 해야될게 'I wanna go outside(아마 이랬을거다)'하고 돈주고 나갔다... 할아버지 한명이 있었는데 좀 당황하더라... 나중에 알고보니 주인의 아버지였다는..;;;
3번째 카이세리... 고고학박물관에 가기 위해 열라리 걷고 있었다. 대낮 온도 35도 육박... 30분 넘게 걸었다. '세계를 헤맨다', 역시 가이드북의 최정상답게 그 지도보고 따라갔다 길을 잃었다...;;; 어쨌든 열심히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왠 잘생긴 남자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그러는거다. 순간적으로 뭐냐 이러고 봤다. 생긴게 게이 같았다... 터키애였다. 터키에서 사기도 좀 당해보고 이상한 얘기도 많이 들어서, 터키애가 한국어를 쓰면서 지나가는 나한테 그러니 이상했다. 역시나... 다른 터키애가 하나 더 나한테 붙더니 자기 카페트가게에 가잔다..;; 싫다니까, 다행히 게이같이 생긴애가 착하게 고고학박물관까지 가는 법을 알려줬다..;;; 심심하면 놀러오라던데 안 갔다.. 예상했겠지만 이것도 영어로 삽질했다... 이때 나의 터키어는 무르 익을데로 무르 익을 때였는데 정말 머저리짓 했다... 근데 걔네들 영어 되게 잘했다.
이스탄불 얘기는 좀 길고 독립적인 얘기라 4번 챕터에서 다루겠다.
- To be continued...
#4. "What the hell?"과 "...."
#5. 보드룸에서의 망할 출국심사관
#6. 디야르바크르에서 꼬마애들과 한바탕 싸운 사건.. ㅡ.ㅡ;;;
#7. 터키 도착한 바로 그 다음날 사기당한 사건...;;;
#8. 한국으로 돌아오던 마지막날, 간단한 욕 한마디로 수화물 할인을 받고 출국 심사대를 부드럽게 빠져나온 사건... (절대 나쁜거 아님)
#9. 마르딘에서 받은 친절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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