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What the hell?"과 "...."
위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인데, 소비자를 대하는 점원들의 행태에 대해 좀 비판하고자 한다. 이건 제와히르(Cevahir)라는 유럽에서 2번째로 큰 쇼핑몰에서 있었던 좀 짜증나는 사건인데,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터키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할 때였고 차라리 못하는 영어가 더 편할 때였다. 탁심에 새로 집을 얻고(이게 내 터키 생활의 재앙의 근원이었다..) 이것저것 잡기며 인테리어 소품을 사다나르기 바빴다. 라디오도 들을겸, 음악CD도 들을겸해서 카세트를 사려고 제와히르에 갔다. 전자제품 판매점을 마땅히 찾기 어려운데다 유럽에서 2번째로 큰 쇼핑몰인만큼 각양각색의 점포들이 입주해 있어서 아이쇼핑하기도 좋기 때문이었다. 그 큰 제와히르에 전자제품 종합매장은 2군데 뿐이었는데 하나는 테크노SA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그 기억이 안나는 점포에 들어가서 카세트를 하나 샀다. 아마 중국제품이었던걸로 기억한다. CD플레이 기능만 있고 대략 3만원 정도했는데 싸고 괜찮아보여서 샀다. 문제는 이로부터 발생했다...
탁심에 집을 얻은 관계로 쇼핑하기가 좋아서 우리나라로 치면 교보문고+핫트랙스 같은 곳에 자주 들락날락 거렸다. 나도 이젠 문화생활을 해야겠다며 큰 맘먹고 샹송CD를 샀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와서 CD카세트에 넣고 재생을 하는데 아무리해도 소리가 안난다..
결국 짜증났지만 소심함을 가슴 한켠으로 억지로 누르고 제품을 교환하러 다시 그 매장에 갔다. 매장에 들어가려고하니 경비원이 그거 뭐냐고 그러는거다. 그래서 난 이게 고장나서 교환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제법 친절하게 소비자센터까지 안내해줬다. 그런데 망할... 문제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약간 미친애처럼 생긴 애(?)가 막 상담원한테 고래고래 소리질러가며 무조건 환불해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아마 내가 나갈때까지 한 1~2시간 동안은 상담원하고 열심히 싸웠을거다... 처음엔 난 그 사람을 보면서 '어글리 터키쉬'라고 생각하며 저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뭘 하겠느냐, 터키인들은 너무나 성질이 급한 것 같다, 상담원이 불쌍해서 내가 저 인간한테 욕 좀 갈기고 싶다 등등 온갖 잡생각을 다하면서 한심한 듯 쳐다보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해가 갔다.. 30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접수할 수 있었고, 새로 들어온 인간들은 자꾸 나를 새치기하였다... 그리고 더 웃긴건 상담원이 나를 아예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30분이 더 지나서야 카세트가 고장난게 맞다며 교환해주겠다고 했고, 그 뒤로는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내팽겨쳐뒀다... 잘생긴 남자 상담원(하앍하앍)이었는데 나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서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아까 그 사람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여자 상담원이 나를 가르키며 먼저 온 것 같은데 처리해줘야되는거 아니냐고 남자 상담원한테 말했다. 나는 그 순간에 맞춰 폭발했다. "What the hell !!"을 외치며 몇시간이고 기다리는데 이게 뭐냐고 열불이 나서 따졌다. 다들 놀랐겠지. 다른 상담원하고 싸우고 있던 그 미친애처럼 생긴 애도 놀라서 쭈삤했을 정도였다. 근데 남자 상담원 모습이 볼만했다 ㅋㅋ 욕먹으니 화가 나면서도 당황한 모습이란 ㅋㅋ 그러면서 하는 변명이 나는 니가 터키어할 수 있는지 몰랐다, 나 영어 모른다였다 ㅋㅋ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 내가 그냥 똑같은 제품으로 교환해달라고 하자, 나를 데리고가서 똑같은 CD카세트의 새제품을 들고 왔다. 내가 쫌 미심쩍어서 시험해보자하고서 시험해보니 새제품도 불량이었다... 또 가져온 것도 불량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가져온 고장난 CD카세트와 똑같이 재생이 안되는 것이다. 결국 4번째 개봉한 새제품만이 정상이었다.....;;; 솔직히 집으로 돌아오면서 기분이 많이 상했다. 내가 그렇게 제품가지고 점원하고 실랑이벌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고, 1~2시간동안 기다리면서 기만당한 소비자주권에 대해서도 참 갑갑했다. 그것도 '친절하고, 기한 안에 언제든지 환불이 가능'하다고 쇼핑백에다 박아놓은 대형매장에서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이와 똑같은 일을 아다나 오토갈에서 목격했다. 당시 난 카이세리에 가기위해 아다나의 오토갈에서 표를 사고 버스 출발시간까지 장장 5~6시간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엔 오토갈 안에서 막 돌아다니다가 재미없어서 버스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앉아서 어떤 정서불안의 여성과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난후 버스회사 사무실 부스에 한 젊은 청년이 와서 앙카라였던가 하타이였나 여하여튼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표가 오늘 있는지 직원에게 문의했다. 그런데 더럽게 불친절하게 대답도 하는둥 마는둥이었다. 그 젊은이는 한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다른 버스회사 부스로 갔다. 그래서 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그날이 뭔날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어느 특정지역의 표가 유난히 부족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여분의 표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그 젊은이가 다시 내가 있던 그 버스회사의 부스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까 씹혔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온게 좀 민망했는지 입술을 '앙'물고 와선, 다시 버스 시간과 표에 대해서 물어봤다. 이제는 아예 대답도 안해주더라.. 그리고 줄이고 뭐고 상관없다는 듯이 사람들이 막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직원에게 어느 지역으로 가는 표가 있냐 없냐, 어느 지역으로 가는 표를 사겠다고 야단이었다. 웃기는게 버스회사 직원은 그 사람들에겐 열심히 표도 팔고 질문에 대답도 나름 제대로 해주고 있었다. 그 사이 나는 그 젊은이에게 집중했다. 그는 매우 화가 나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소심한 성격탓인지 한판 지대로 따질려고 벼르다 참고, 다시 벼르다 참고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거즘 10분에서 2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젊은이는 화만 속으로 삼키고 있었다. 중간 중간 계속 최대한 예의바르게 버스 표에 대해 질문했지만 계속 씹혔다.. 결국 분이 치밀어 올랐는지 그냥 다른 버스회사로 갔다...;;;
정말이지 나도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결국 이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은 2가지 였다.
교훈 : 역시 중국제품답다! // 한국에서건 터키에서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5. 보드룸에서 썩을 놈의 출국심사관
그리스의 로도스섬이 너무나 가보고 싶어, 로도스섬으로 떠나는 배가 출발하는 기점인 보드룸으로 떠났다. 사실 보드룸도 뭐 계획이 있어서 간게 아니라, 알리 사이드와 조금 알력이 생겨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찍은 곳이 보드룸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보드룸이라는 동네가 있는지도 몰랐고 지중해쪽으론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혼자 해변에 가봤자 무슨 낙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가이드북보니 보드룸에서 로도스섬으로 가는 배가 있다고해서 겸사겸사 정한 것이었다. 버스 시간이 잘 안 맞아서 에스키셰히르에서 이즈미르에 갔다가 이즈미르에서 보드룸으로 갔다. 보드룸에서 있었던 얘기라면 할 말이 많지만 주제에 걸맞게 썩을 놈의 출국심사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로도스섬으로 가는 배는 일정상 시간이 안 맞아 가지 못했고, 대신 마지막날 펜션에서 체크아웃을 한 뒤 시간대가 맞는 코스섬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배표를 예약했다. 드디어 보드룸에서의 마지막날, 펜션에 있었던 종업원, 휴양객들과 친해진 덕에 기분좋게 인사하고 펜션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온 뒤, 선착장으로 갔다. 구석탱이에 있어서 힘들게 찾아갔더니 잠시 대기한 이후에 예약증을 승선권으로 바꿔주었다. 그리고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배이기 때문에 승선하려면 먼저 출국심사대를 통과해야 했다. 당연히 아무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바로 그게 오산이었다. 재수없는 출국 심사관을 만난 것이다! 승선객이 많아 짜증이 났는지 괜히 툴툴대면서 신경질을 내면서 출국도장을 찍어주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됐다. 괜히 지랄을 하는게 아닌가! 모자 벗어라, 왜 여권사진하고 너하고 다르게 생겼냐, 가만히 좀 서있어라, 껌 좀 씹지마라 등등 별의별 지랄을 다한다. 심지어는 안경까지 벗으라고 했다... 뒤에 사람들도 많은데 진짜 민망했다. 그러더니 그리스에 오늘 갔다 오늘 올거냐면서 괜히 신경질을 낸다. 내가 당연히 오늘 올거라니까 말 똑바로하라고 지가 되려 신경질이다. 내가 한판 붙으려다 참았다. 내가 이런 수모를 받으면서까지 여행을 해야하는가 하는 자괴감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 코스섬가서 내가 불법체류를 하겠냐, 아님 마약밀수를 하겠냐? 한심해서... 덕분에 그날
터키인에 대한 이미지는 무척 나빠졌다.
- To be continued...인데.. 이 글을 쓴게 올해 2월 1일인데, 벌써 6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컨티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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