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는데, 목이 칼칼한 것이 침이 잘 삼켜지지 않는다. 간간히 화끈거리고 기침이 절로 나오는 것을 보니, 목감기다. 원체 목이 건강한 체질이라 목감기에 걸리는 법이 없는데, 의외다.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는 것이 쉽게 떨어질 것 같진 않다. 약을 먹어도 나을 기미는 보이지 않아, 며칠째 터져나오는 애꿎은 기침만 탓하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이었다. 학교 선배가 뜬금없이 문자를 보내, 지금 서강대 가고 있는 중이니까 얼른 나오라고 재촉했다. 마침 광화문에서 집으로 향하던 나는, 그러리라고 했다. 6시 30분경 신촌역에서 만나기로 했건만, 서둘러 오라고 다그치던 선배는 시계가 6시 45분을 가르킬 때에야 비로소 도착했다. 지각 사유가 재밌었다. 객차의 문이 고장나 구로역에서 8분 가량 멈추어 있었다는 것이다. 황당했지만 1호선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에 혼자 피식, 하며 선배와 함께 신촌역 6번 출구를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했다. 해후하리란 느낌이 들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헛된 기대를 품는 스스로에게 '그럴 일은 없어'라고 나무라던 그때였다. 서강대를 향해 가면서 선배에게 "혹시 마주치는 거 아니야?"라며 끊임없이 중얼대던 그때였다.
함께 걸었던, 그러나 돌아올 땐 언제나 나 혼자였던, 학교까지 바래다주던 예의 그 길에서, 그 아이와 다시 마주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본 가쁜 심박수. 등에선 식은 땀이 흐르고, 입은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흡사 현기증이 난 듯 머리가 핑핑 돌았고, 손엔 가볍게 쥐가 났다.
그 아이는 나를 보지 못했다.
2달 만의 해후, 그리고 2달 만의 연락. 이젠 나홀로 다시 일어섰다고, 이젠 다 끝난 얘기라고, 스스로를 기만해오던 내 자신이 순간 역겨워 견딜 수 없었다.
'언젠가 만나겠지'. 2달 만의 대화에서, 서로 별일 아닌 듯 유쾌하게 타이핑해 낸 마지막 인사였다.
괴롭다. 그 아이와 '우연히' 마주친 그 다음날부터 '우연히' 시작된 감기 탓일까, 더이상 그 아이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 속에 덩그러니 남겨졌다는 절망감 탓일까.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기침과 그 아이를 향한 그리움은,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멈출 줄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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