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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08
일본 관방장관이 한국에 대한 전후 보상이 불충분했다고 발언한 기사를 다음을 통해 접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댓글을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였다. 도대체 얼마나 욕구불만이어야 일년 365일 한결같이 증오심을 발휘할 수 있는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댓글 중에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박정희가 한일협정을 맺어서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댓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일협정으로 싸게 퉁치지 않았으면 지금쯤 한국은 더 부유했을 거라고. 과연 그럴까.
예전부터 항상 생각해왔던 문제인데, 마침 기회고 하니 몇자 적어본다.
나는 정반대의 의견이다. 과연, 그때 한일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올 수 있었을까? 전혀 아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일에는 뭐든 적확한 시기라는게 있다. 소위 타이밍이라는 거다. 후진국의 경제 발전이라는게 자력 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세계적인 경기 싸이클에 맞물려 돌아가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당시의 세계는 전후 베이비붐 속에서 선진국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 호황 가운데 수출을 적극 장려하며 극빈국에서 중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한일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 자금은 도대체 어디에서 얻을 수 있었겠는가. 한일협정이 없었다면, 아마 나나 네티즌들이나 지금쯤 폐품 주으러 다니며 뼈빠지게 고생하고 있겠지.
'보상금이 너무 적었다', '한일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지금 청구권을 행사했으면 우리는 더 부자됐다'라는 소리도 허무맹랑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제 나름대로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으니 어느 정도 배짱을 부릴 여유가 생긴거지, 만약 한국이 아직도 개발이 덜 된 후진국이었다면? 먹고 살만하다는 지금도 외교력이 형편 없는데, 과연 후진국에서 보상금 내놓으라면 제대로 줄 나라가 있기는 할까. 외교는 현실이다. 외교가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순진한 사람이다.
일본이 과거 한국을 유린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일협정을 통해 받아낸 돈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박정희 개발경제의 폐해를 여기서 논할 필요는 굳이 없고, 현실은 현실로서 받아들이자는 얘기다. 요즘에 보면 자기 마음에 안들면 좋은 면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는게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데,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나이든 이들이 반공교육에 함몰되어 왔다면, 요즘 젊은 이들은 반일교육에 함몰되어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양국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분명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