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X촌에서 맛없는 삼계탕을 먹고, 소화나 시킬겸 걸어서 반디앤루니스에 가려고, 교보빌딩을 지날 무렵, 왠 일단의 노인들이 빌딩 앞을 점유하고는 집회삼매경에 한창이었다. 연사는 한반도 비핵화니, 평화니 어쩌느니 외쳤고, 청중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답했다. 성향은 파악하지 못했다. 날이 너무 더워 쏜살같이 그곳을 빠져나간 탓도 있겠지만, 그보단 관심이 없었던 탓일 것이다. 다만 추리컨대, 주위에 의경들과 장갑차가 너저분하게 깔려 있었으니 진보 쪽이겠구나 싶을 뿐.
그들을 등 뒤로 하고 교보빌딩을 지나치려 할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현존하는 정치세력 중에 평화를 원하는 집단이 있을까, 하는 자조.
보수는 전쟁을 원한다. 언제나. 이건 변함없는 진리다. 하지만, 진보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평화로운 세상이 와도 보수는 존재할 수 있지만, 평화로운 세상에 진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으니까. 진보는 반목과 갈등, 위기상황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입으론 평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反 평화에 기생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정치가 혐오스러워진다. 이명박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뒤로 1년간 정치에서 관심 끊고 지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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