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애/太宰 治'에 해당되는 글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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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작풍은 부끄러움의 미학으로 불린다. 일제 강점이라는 시대적 현실과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던 자신 간의 괴리, 일종의 프러스트레이션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상황을 윤동주 시인은 부끄러움 혹은 속죄양을 모티프로 한 자기 반성적인 시풍으로 승화시켰다.
다자이 오사무 또한 수치심을 작풍의 모티프로 삼은 대표적 문호이다. 다자이는 윤동주 시인과 마찬가지로 시대적 현실에 대해 체념해버리고 마는데, 윤동주 시인이 식민지의 속민으로서의 절망감을 느꼈다면, 다자이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망에 대해 반발심을 느낀 것이 미세한 차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프러스트레이션이라는 똑같은 출발 선상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작풍은 판이하게 달라지는데, 윤동주 시인이 자기 반성으로서 프러스트레이션을 극복하고자 했다면, 다자이는 철저한 자기 파괴로 아예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자 했다. 즉, 같은 출발점이었지만, 한 명은 자기 반성을 통해 자신과 현실 간의 괴리를 점차 좁힘으로써 현실에 순응하고자 하였다면, 다른 한 명은 자기 파괴를 통해 자신과 현실 간의 괴리 자체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윤동주 시인의 얘기가 나오면 항상 다자이가 자동적으로 연상되곤 하는데, 아무래도 나는 역시 윤동주 시인보다는 다자이 쪽에 마음이 뺏긴다.
* 죽으려고 했다. 올 설날, 옷 한 벌을 받았다. 설빔으로. 옷감은 삼베였다. 잔 줄무늬가 있는 쥐색 옷이었다. 여름에 입는 옷일 것이다. 여름까지 살아있자고 생각했다.
* 그녀는 그 포장마차를 나와 전차 정류자으로 가는 도중, 시들기 시작한 좋지 않은 꽃을 세 사람에게 건넨 일을 뼈아프게 후회했다. 갑자기 길가에 쭈그리고 앉았다. 가슴에 십자가를 긋고 종잡을 수 없는 말로 격렬하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일본어 두 마디를 속삭였다.
"꽃이 피기를. 피기를."
* 사포는 미인이 아니었다. 피부가 검고 이가 튀어 나왔다. 파온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청년에게 죽도록 반했다. 파온은 시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의 투신을 한다면 멋지게 죽지는 못해도 애태우는 가슴속 그리움은 지울 수 있다는 미신을 믿고 레우카디아 곶에서 성난 파도를 향해 몸을 던졌다.
다자이 오사무, 단편집 '만년' 중 '잎'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