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삼국연전기를 했다.
글은 안 써지고, 책읽기는 싫고, 쇼핑할 마음도 안 생기고, 심심하기는 하고. 어디선가 '삼국연전기'라는 게임이 괜찮다는 말을 주워듣고는 곧바로 파일을 구비(;)했다. 그리고 구비되자마자 별 망설임없이 플레이했다. 원체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는 경우가 드문데, 내가 생각해도 오지게 심심했었나보다. 그것도 오토메를..
처음에 플레이를 시작했을 땐, 혀를 찼다. 세계관이 부실한데다(후시기유우기 차용), 캐릭터들이 딱 봐도 비실비실. 더더군다나 후커가 먹긴 먹는데 제대로 된 번역율 10% 이내고. 계속 여부를 살짝 망설였으나, 작화도 깔끔하고 성우들이 좋아서 일단은 고고하기로 결정.
사전 안 찾아도 대사의 60% 정도는 이해가 가는데, 웃긴게 꼭 선택지 부근만 가면 이해가 안 감.. (마구 스킵하는 바람에 앞뒤 문맥 다 짤려나가서 더 그런 듯) 그래서 초반엔 그냥 대충 하다 접자 싶어서 마구 스킵 누르고 익덕을 공략. 그런데, 이거 의외로 모든 캐릭터를 훑어주더만.. 익덕 공략하다 갑자기 조조군에 피랍.. 선택지가 잘못된 줄 알고 폭풍 로딩해서 이거저거 막 눌러봤는데 알고보니 그게 스토리. 조조군은 공략할 맘이 없기에 무한 스킵. 그러다보니 이번엔 또 손권군에 책사(말이 좋아 책사지, 포로임)로 파견되어 억류당함... (주인공 진짜 불쌍)
익덕 공략하려고 했는데 이러는게 어딨어, 하고 막 짜증내며 스킵하고 있는데, 중모님 등장. 하아.. 중모님.. 이때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내가 이제부터는 꼭 제대로 공략한다'며 정상적 플레이 돌입. 처음에 그냥 캐릭터 외양만 봤을 때는 중모 딱봐도 와가마마에 츤츤거릴 것 같아서 별로였었는데, 막상 플레이 해보니 진짜 장난 아님. 성우(모리쿠보 쇼타로) 목소리라든가 연기가 좋았던 탓도 있겠지만, 성격 자체가 정말 좋았다. 입으로는 툴툴대지만 실은 음으로 양으로 남 신경 많이써주는 타입이랄까. 츤데레보다 훨씬 나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피엔딩보겠다고 바득바득 선택지 선택해가는데, 이런... 막판에 완전 지뢰밭이다. 과장 안 보태고, 저장 안하고 플레이하면서 중모 해피엔딩 보겠다고 한다면 아마 처음부터 20번은 다시 해야될 정도. 아니, 세상에 주인공을 죽이는 게임이 어딨음.. 하다가 오류난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죽는 방법도 여러가지라.. 한 열댓번 로딩해도 도저히 길이 안 보이길래 결국 공략집 보고나서 해피엔딩(순애보로 나가면 절대 공략불가). 막판에 고생하는 통에 거즘 4시간만에 중모 엔딩본 듯. 모 블로거의 말대로 '중모는 쉬운 남자가 아니었음' ㅋㅋㅋㅋ 해피엔딩 보긴 봤는데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그보다는 진행 과정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중모 엔딩보고 나니까 '아, 이젠 접자~'가 아니라, 뭔가 애잔하면서 아쉬웠다. 그래서 원래 목적이었던 익덕(까먹고 있었다)을 공략해볼까 했는데, '비밀 캐릭터'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얘를 뚫자 결심. 그런데 얘를 언락하려면 공근을 공략해야한다길래, 진짜 이런 냉혈한/피도 눈물도 없는 타입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비밀캐릭터 언락한다는 일념하에 또다시 고행의 길로. 뭐, 오토메게임이 다 그렇듯 막판에 가서는 '사실 따뜻한 남자'로 훈훈하게 마무리.
됐고. 목표를 향해 돌진. 외모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의외로 과묵하고 살벌한 캐릭터가 실은 엄청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로 판명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말 희망의 끈을 쥐고 플레이 시작.
ㅠ.ㅠ. 조안, 왕킹왕짱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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