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고 하기도 모호한 관계고, 서로가 서로를 친구로 인정하지 않는 관계이지만, 편의상 친구라고 부르는 '친구'와 오랫만에 만났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지만, 딱히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끔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내용을 물어오면 내가 답해주거나, 가끔 말장난을 하는 정도였다. 정확히 그 정도였다. 그러다 학교를 그만뒀다. 다시 만날 거라곤 생각도 안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그 애를 다시 만났다. 당연히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어찌어찌 연락이 닿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메일로 연락이 닿았던 것 같다. 핸드폰 번호도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였는지, 메일을 통해서였는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얻어냈다.
그 애는 삼수를 했다. 운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애를 알게 된 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채 10번도 만나지 않은 사이였다.
어제, 내가 그 애에게 '우리가 알고 지낸게 5년인데, 그동안 5번 정도 만난 것 같네'라고 말했다. 그 애는 '만난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난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의 사이는 아님에 틀림없다.
내가 801광이라는 걸 아는 유일한 지인이다. 그래서 편하다. 숨길 것 없이, 말하고 싶은 걸 바로바로 말할 수 있으니.
명동에서 저녁을 먹은 뒤, 인사동에 갔다. 전통차를 마시고 싶었다.
스타벅스 매니아인 그 애. 인사동까지 와서 스타벅스에 들어가자고 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붐비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인사동 스타벅스엔 1층부터 3층까지 만석이었다. 왠지 서글퍼졌다.
그림책 '원숭이군과 돼지양'을 보여줬다. 낯익은 그림체라고 했다.
'원숭이군' 무라카미 카즈시가 10페이지 특집으로 출연한 쿨업 4월호를 보여줬다. 귀엽긴한데 찐따같다, 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옷을 벗기고 목줄을 채우는 건 어때?'라고 물어왔다. 앗. 신선하다. 진부한건가. 순간 눈 앞에 목줄을 찬 살색의 카즈시가 이미지화되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애의 상상의 범위에 내심 감탄했다. 나로서는 감히 쫓아갈 수 없다.
목줄... 얼마전 섹슈얼리티에 관한 책을 읽어서 그런건가. 목줄이라는 관념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내 자신이 자못 유치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얼굴을 맞댈까? 관성대로라면, 앞으로도 연례행사 수준은 벗어나지 못하겠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지만, 딱히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끔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내용을 물어오면 내가 답해주거나, 가끔 말장난을 하는 정도였다. 정확히 그 정도였다. 그러다 학교를 그만뒀다. 다시 만날 거라곤 생각도 안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그 애를 다시 만났다. 당연히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어찌어찌 연락이 닿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메일로 연락이 닿았던 것 같다. 핸드폰 번호도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였는지, 메일을 통해서였는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얻어냈다.
그 애는 삼수를 했다. 운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애를 알게 된 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채 10번도 만나지 않은 사이였다.
어제, 내가 그 애에게 '우리가 알고 지낸게 5년인데, 그동안 5번 정도 만난 것 같네'라고 말했다. 그 애는 '만난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난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의 사이는 아님에 틀림없다.
내가 801광이라는 걸 아는 유일한 지인이다. 그래서 편하다. 숨길 것 없이, 말하고 싶은 걸 바로바로 말할 수 있으니.
명동에서 저녁을 먹은 뒤, 인사동에 갔다. 전통차를 마시고 싶었다.
스타벅스 매니아인 그 애. 인사동까지 와서 스타벅스에 들어가자고 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붐비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인사동 스타벅스엔 1층부터 3층까지 만석이었다. 왠지 서글퍼졌다.
그림책 '원숭이군과 돼지양'을 보여줬다. 낯익은 그림체라고 했다.
'원숭이군' 무라카미 카즈시가 10페이지 특집으로 출연한 쿨업 4월호를 보여줬다. 귀엽긴한데 찐따같다, 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옷을 벗기고 목줄을 채우는 건 어때?'라고 물어왔다. 앗. 신선하다. 진부한건가. 순간 눈 앞에 목줄을 찬 살색의 카즈시가 이미지화되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애의 상상의 범위에 내심 감탄했다. 나로서는 감히 쫓아갈 수 없다.
목줄... 얼마전 섹슈얼리티에 관한 책을 읽어서 그런건가. 목줄이라는 관념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내 자신이 자못 유치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얼굴을 맞댈까? 관성대로라면, 앞으로도 연례행사 수준은 벗어나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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