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LIH.KR ::

블로그 이미지
해상도 1280x1024에 최적화.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298)
어흥 (139)
편애 (57)
미심쩍은 연구소 (46)
주절주절 (49)

Calendar

«   2012/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Total88,555
  • Today4
  • Yesterday43
 사회계열을 전공하고 있을 때의 번역과, 일본어학과로 옮기고 난 지금의 번역이 천양지차다. 전자가 의미만 통하면 된다는 식의 번역이었다면, 후자는 의미보다는 원문의 감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는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1년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게 있느냐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어차피 지금 수준에서 새롭게 배우는 문법이란건 거의 없고, 단어의 양과 한자의 수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내 자체적인 분석이지만, 이러한 차이는 경험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점점 원문을 접하는 양이 늘다보니, 시행착오를 거치고 또 거치며, 그만큼 번역 문체가 갈고 다듬어지는 거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자주 나오는 일본어 문형의 경우, 번역을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점점 더 나은 문장으로 진화해가는 이치랄까.

 이외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금번 학기에 번역 강의를 수강한 덕일 것이다. 교수님이 모범 답안이라고 직접 번역하신 문장들 중에 비문도 조금 섞여 있었고, 아무리 봐도 별로인 문장들도 있긴 했지만, 훌륭한 번역 스킬 두어개를 건질 수 있었다는 건 정말이지 쾌거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교수님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가장 큰 가르침은, 번역에 대한 마음가짐이었다. 물론, 교수님은 단 한번도 '나의 번역 철학'이니 하는 거창한 걸 입에 꺼내시진 않았지만, 모범 답안들을 보면 나는 느낄 수 있다.

 번역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라는 것. 

 평범한 번역문이 뜬금없이 문학 작품으로 돌변해서는 곤란하겠지만, 적어도 독자들이 문을 접할 때 '아름다운 한국말'로 쓰여진 번역문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어야만 훌륭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혼자 보려고 번역한 글이 아닌 바에야, 당연히 독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역시 번역이란게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이탈리아에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속담이 있다는데, 십분 공감한다. 직역으로 치우치면 언어적 차이로 인해 독자들이 곤란하고, 의역으로 치우치면 역자가 욕을 먹는게 현실이니까.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은 세계 각국 어딜가나, 반드시 아랍어로 암송된다. 신자의 모국어가 불어이든 말레이시아어이든, 신자라면 코란을 아랍어로 외워야한다. 뜻의 변질을 막기 위해 2천년 가까이 내려온 철칙이다. 번역을 '반역'으로 보는 대표적인 실례다.

 번역. 어쩌면 정말로 반역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역이 나의 사명이라면, 반역, 기꺼이 하겠다.
Trackback 0 and Comment 0
prev Prev : [1] ... : [79] : [80] : [81] : [82] : [83] : [84] : [85] : [86] : [87] ... : [298] : Next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