텟페이가 싫었다. 그냥 싫었다. 키작고 귀여운건 내 취향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주논보이 출신이라면 후하게 쳐주는 나임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너만큼은 좋아하게 될 일 없을걸'하고 뇌까렸다.
요즘 텟페이에 버닝 중이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알고보니 애가 참 착하더라고..) 텟페이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 모조리 섭렵할 기세다. 출연작은 이미 죄다 구비해둔 참이고, 조금 조금씩 진도를 나가는 중이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 감상한 작품은, 영화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이제 나는 한계일지도 모른다'다. 혐오스러우리만큼 길다란 제목이다.
스토리는 정말 간단하다. 그냥 제목 그대로다. 영화를 굳이 안 봐도, 마치 본 것처럼 행세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 니트족(≒히키코모리)인 주인공 마오토코(혹은 마사오)가 블랙회사(근무조건이 매우 열악한 기업)에 취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다.
뭐, 영화란게 대개 그렇듯, 고난과 시련이 퍼붓다가도 종국엔 희망적인 내용으로 끝맺기 마련인지라,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텟! 페! 이!
아, 얘 연기 정말 잘한다. 요즘 어린 애들 말로 정말 '쩐다'. 우리나라에선 과장된 말투를 사용하거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연기자에게 '연기를 잘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을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최고의 연기라고 치기 때문에, 텟페이의 연기에 무척이나 감동 먹었다. 덕분에, 오프닝 장면인 명품 실신연기(위의 동영상)부터 해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마오토코라는 캐릭터에 흠뻑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나 화내는 씬, 대박(아래 사진). 눈물도 별로 없이 울분을 토해내는게 얼마나 진심처럼 느껴지던지, '우와, 쟤는 천상 연기자다'하고 계속 감탄만 했을 정도.
영화를 본 뒤에는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꼭 찾아보는 편이라, 세계 최대의 가십창고 '네이버'에서 영화 제목으로 검색해봤다. 많이 알려진 영화가 아닌지라 리뷰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특기할만한 리뷰가 있었다. 그 리뷰에선 영화의 맨 마지막 대사,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아직 나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문장을 두고 '정확한 번역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오토코는 끝까지 확신이 없었나보다'라고 평했다. 누가봐도 희망적인 문장이었는데, 듣고보니 또 그 말도 맞다.
"まだ俺は頑張れるかもしれない" ... '~かもしれない'... 교수님이 그랬다. 50% 정도의 확신이랬다. 그냥 해피엔딩으로 끝내려면 해피엔딩으로 끝내든가, 차라리 배드엔딩으로 끝내든가. 애매하게 결말을 짓네.
뭐, 어차피 영화 자체보다는 텟페이를 구경하려고 본 것이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 반짝반짝 빛이 나는 텟페이와 구질구질한 텟페이 모두 멋졌으니, ダイマンゾク!
+) "이 사람이라면, 키스를 당해도..." 하고, 입술 내미는 장면.
ㅋㅋㅋ. 영화 초반, 동인녀라면 '뭔가 구린 냄새가 나는데'하며, 누구나 예상했을 장면. 진지하게 연기해서 그런지 더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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