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으로, 민심이 흉흉하다. 전쟁에 대한 우려와 응징하지 못한데 따른 억울함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냉정을 찾기란 실로 요원해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객관적인 자세에서 사태를 다각도로 파악하는 것이 극히 중요할텐데, 소위 식자층이라고 하는 집단에서도 전면전 이야기를 쉽게쉽게 하는 것을 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확전되면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자칫 한반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것을, 자기 목숨 달린 일 아니라고, '국가를 위한다'는 고루한 미명 하에 군인 목숨 우습게 아는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상황이 계속 이런 식으로 심각하게 흘러가면 웃게 되는 건, 일본이다. 일본 보수계의 숙원이 보통국가화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군사대국화다. 소위 평화헌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일본의 헌법은, 현재 군대 보유 뿐만이 아니라 무력의 행사까지도 영구히 포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일본국 헌법 9조). 보수계에서는 군대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하기 위해 지금까지 개헌을 여러 차례 시도해왔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간다면 일본에서는 교전권과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해야한다는 당위론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론도 이전과 달리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평화헌법 개정과 연동하여 UN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가 재차 대두될 공산이 크다. 남북이 상호 대치 속에 긴장감을 높여간다면, 일본으로서는 동북아 평화체제 수호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상임이사국 진출을 밀어부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중의원 해산 얘기 나오는데, 민주당 정권 무너지고 다시 자민당 정권 들어오면 아마 '가능성'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한국인들 북한에 열내는 걸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미소짓고 있는건 일본이란 얘기다.
냉정해져야 된다. 왜 대응 타격 제대로 안 했느냐 가지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라, 남북관계가 이렇게까지 치달은 원인은 무엇이고,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책을 세워야하느냐를 논해야할 시점이다.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할 시점이지, 안보 위협 고조시켜서 동북아 국가들 군비경쟁 촉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북한의 전적인 잘못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를 피로 갚아야한다는 논리가 당위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원시적 발상에서 탈피해, 더이상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모두가 어른스럽게 대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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