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를 썼다. 반쯤 죽을 각오로 썼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来ました。'라는 문장으로 첫 운을 뗐다. 눈물이 핑 돌았다.
썼다, 구겼다를 반복하기를 여러번.
처음엔, '저는 인간실격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억울한 사정이...'라는 내용이 마구 휘갈겨졌다.
마치, '전 너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라는 칭얼거림이랄까.
첫 문장부터 다시 쓰기를 수 차례.
점점 쓰면 쓸 수록, 담담해져갔다. 처음에는 쓰면서 눈물이 났는데, 나중엔 '이걸로 소설 써도 되겠는데'하고 번뜩였다.
아. 반쯤 죽겠다, 고 생각하면서 유서를 쓰니,
의외로 좀만 더 살고 싶다, 하는 욕망이 언뜻언뜻.
사람이 곧 죽는다는 확신이 들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게 뭔지 떠오른다는 한비야씨의 글을 읽고 설마,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 좀 하고 죽으면 미련이 덜 남을텐데'하는게 정확히 1개, '이 사람 때문에 미련이 생기네'하는게 정확히 2개가 떠올랐다.
구질구질하게 억지로 생각해낸게 아니라, 유서를 쓰면서 '이건 정말 살아있을 때 하고 싶었어요'라고 적고 싶었던 것.
엄밀히 말하면 2~3개지만, 모두 일본어와 관련된 것들.
아, 내가 얼마나 일본어를 하고 싶어하는가, 를 이번 기회를 통해 절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우울한 와중에서도, 카즈시 군의 싸인이 받고 싶었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이번 폭풍은 꽤 오래간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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