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도 자세히 알 수 없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 그나마 우리가 접하는 이야기는 서양언론이 입맛에 맡게 재가공하거나 맛깔나게 포장한 것을 다시 수입해서 재가공하는 상황이니 액면 사실로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솔직히 나도 쿠르드족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래도 쿠르드족과 꽤 많은 교류를 가졌고 국내에서 무려 '쿠르드어책'을 가진 유일할(?) 사람으로서 몇가지 잘못 알려진 사실이나 오해, 그리고 알고 있으면 좋을 한두가지의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일부 재가공: http://blog.naver.com/jskim8878; 내꺼니까 오해마셈>
- 쿠르드족은 이라크에 몰려 산다? 혹은 사막에 산다?
가장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있는 오류 중 하나다. 워낙 요즘 TV나 신문에 이라크내 쿠르드자치정부와 관련한 뉴스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쿠르드족이 이라크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는 잘못된 '상식'이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전체 쿠르드족 인구는 약 2천만명 수준으로 알려져있는데 이중 이라크에 정착한 쿠르드족 인구는 약 300만명에 불과하다. 이란의 쿠르드족 인구 455만여명보다도 적은 수준이며, 전체 쿠르드족 인구의 75% 수준인 1500여만명이 터키에 정착하고 있다. 상기 지도에서 보듯이 면적 만으로도 터키의 쿠르드족 정착지역이 이라크의 그것을 압도한다. (터키 디야르바크르주에 거주하는 쿠르드 인구만 100만명이다) 즉, 쿠르드족의 대다수는 터키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 정답이다.
- 쿠르드족이 독립을 원하기 때문에 현재 중동정세가 험악하게 돌아간다?
30% 정도만 사실이다. 서양의 언론들은 자꾸 쿠르드족 독립을 부추겨 석유이권을 침탈하려는 목적으로 상황을 심각하게 호도하거나 쿠르드족에 대한 국제여론을 선동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치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언론의 보도를 접하게 되면 크게 오해할 수 있다. 터키군의 이라크 월경(국경침범), PKK(쿠르드노동자당) 소탕, 쿠르드자치정부-한국간 유전개발협정 무효화위기 등등... 마치 전쟁이 시작되고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쿠르드족이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중동정세가 험악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쿠르드에는 PKK(쿠르드노동자당)라는 무장테러단체가 있다. 이들은 쿠르드 자치국가 건설을 목표로 각종 테러와 게릴라전투를 펼치는데, 이들은 심지어 같은 쿠르드족에게까지 테러를 하고 있어 쿠르드족 내의 상당수 사람들은 매우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PKK를 지지하는 기류도 없지않아 있다. 지난 2007년 여름 터키 조기총선에서 PKK가 배후에서 지지하는 쿠르드족 무소속후보들이 터키 동부와 남동부지역에서 대거 당선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상당수 쿠르드족은 이미 터키에 동화된지 오래고, 쿠르드족이 막상 독립한다해도 자체적으로 경제적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당장 먹고살 문제가 막막해지기 때문에 쿠르디스탄(쿠르드국가)의 건설을 바라지않는 쿠르드인들도 많다. 내가 쿠르드족들을 만나면 항상 '쿠르디스탄(이 얘기를 함부로 꺼내면 큰일난다)'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곤 했었는데 절반 정도는 독립에 대해 긍정적인반면, 나머지 절반은 탐탁치않아했다. 따라서 쿠르드족이 독립을 원하기 때문에 중동정세가 험악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PKK를 위시한 쿠르드족 과격테러단체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정답이다.
- 쿠르드족은 말살 당해야된다??
네이버 댓글이 저질과 더러움의 극치인 것은 익히 알고있는 사실이나, 쿠르드 관련기사가 나올 때마다 쿠르드족을 말살해야된다는 어이없는 댓글이 상당히 많이 올라온다. PKK를 위시한 무장 테러단체가 저 아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저 아이처럼 테러라는걸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절대 다수고, 미치지 않은 이상 정상적인 쿠르드인이라면 테러 행위에 대해 저주하지 결코 옹호하지 않는다.
아무리 뚫린 입이라지만, 최소한 인간으로서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아야할 말이 있는거다.
- 쿠르드족은 절대 독립 못한다??
가능할 수도 있고,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간혹 무슨 일이든 100%를 장담하면서 '절대'와 '반드시'라는 단어를 즐겨쓰는 사람들이 있다. 제일 답답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오지도 않은 미래를 100%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조선의 광복이 올지 그 누가 알았으며, 동티모르가 독립할지 누가 알았으며, 코소보가 독립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질지 누가 알았는가? 쿠르드족이 독립할지 또 누가 알겠는가? 비록 근래의 국제정세가 강대국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왔다고 해도.. 같은 민족으로 자신들의 나라를 갖을 수 있다는 사실은 가슴 벅차오르는 일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3등분, 즉 쿠르디스탄과 시아파 이라크, 수니파 이라크로 나눌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다. 이럴 경우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2번째 Q&A에서 얘기한바 있듯이 기름 때문이라도 독립시켜줄 수는 있는 일이다. 다만 이럴 경우 터키 동부를 흡수하여 독립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격렬한 갈등이 빚어질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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