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애/DAIGO, 村上一志
2010/04/15 07:40
유툽에서 쇼헤군 검색하다, 있길래 봤는데..
진짜로 카즈시.. 줄넘기 했어.. 설마했는데.. 장기자랑으로 줄넘기했다는 사실을 활자로 보는 것 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들었는데, 직접 보니까 더 창피해.. 뒤에 워킹이 더 창피.. 천성이 코믹 캐릭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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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썼다. 반쯤 죽을 각오로 썼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来ました。'라는 문장으로 첫 운을 뗐다. 눈물이 핑 돌았다.
썼다, 구겼다를 반복하기를 여러번.
처음엔, '저는 인간실격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억울한 사정이...'라는 내용이 마구 휘갈겨졌다.
마치, '전 너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라는 칭얼거림이랄까.
첫 문장부터 다시 쓰기를 수 차례.
점점 쓰면 쓸 수록, 담담해져갔다. 처음에는 쓰면서 눈물이 났는데, 나중엔 '이걸로 소설 써도 되겠는데'하고 번뜩였다.
아. 반쯤 죽겠다, 고 생각하면서 유서를 쓰니,
의외로 좀만 더 살고 싶다, 하는 욕망이 언뜻언뜻.
사람이 곧 죽는다는 확신이 들면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게 뭔지 떠오른다는 한비야씨의 글을 읽고 설마,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 좀 하고 죽으면 미련이 덜 남을텐데'하는게 정확히 1개, '이 사람 때문에 미련이 생기네'하는게 정확히 2개가 떠올랐다.
구질구질하게 억지로 생각해낸게 아니라, 유서를 쓰면서 '이건 정말 살아있을 때 하고 싶었어요'라고 적고 싶었던 것.
엄밀히 말하면 2~3개지만, 모두 일본어와 관련된 것들.
아, 내가 얼마나 일본어를 하고 싶어하는가, 를 이번 기회를 통해 절실히 알 수 있었다.
그 우울한 와중에서도, 카즈시 군의 싸인이 받고 싶었다.....
이 말을 들은 친구는 '이번 폭풍은 꽤 오래간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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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고 하기도 모호한 관계고, 서로가 서로를 친구로 인정하지 않는 관계이지만, 편의상 친구라고 부르는 '친구'와 오랫만에 만났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지만, 딱히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끔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내용을 물어오면 내가 답해주거나, 가끔 말장난을 하는 정도였다. 정확히 그 정도였다. 그러다 학교를 그만뒀다. 다시 만날 거라곤 생각도 안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그 애를 다시 만났다. 당연히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어찌어찌 연락이 닿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메일로 연락이 닿았던 것 같다. 핸드폰 번호도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였는지, 메일을 통해서였는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얻어냈다.
그 애는 삼수를 했다. 운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애를 알게 된 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채 10번도 만나지 않은 사이였다.
어제, 내가 그 애에게 '우리가 알고 지낸게 5년인데, 그동안 5번 정도 만난 것 같네'라고 말했다. 그 애는 '만난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난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의 사이는 아님에 틀림없다.
내가 801광이라는 걸 아는 유일한 지인이다. 그래서 편하다. 숨길 것 없이, 말하고 싶은 걸 바로바로 말할 수 있으니.
명동에서 저녁을 먹은 뒤, 인사동에 갔다. 전통차를 마시고 싶었다.
스타벅스 매니아인 그 애. 인사동까지 와서 스타벅스에 들어가자고 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붐비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인사동 스타벅스엔 1층부터 3층까지 만석이었다. 왠지 서글퍼졌다.
그림책 '원숭이군과 돼지양'을 보여줬다. 낯익은 그림체라고 했다.
'원숭이군' 무라카미 카즈시가 10페이지 특집으로 출연한 쿨업 4월호를 보여줬다. 귀엽긴한데 찐따같다, 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옷을 벗기고 목줄을 채우는 건 어때?'라고 물어왔다. 앗. 신선하다. 진부한건가. 순간 눈 앞에 목줄을 찬 살색의 카즈시가 이미지화되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애의 상상의 범위에 내심 감탄했다. 나로서는 감히 쫓아갈 수 없다.
목줄... 얼마전 섹슈얼리티에 관한 책을 읽어서 그런건가. 목줄이라는 관념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내 자신이 자못 유치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얼굴을 맞댈까? 관성대로라면, 앞으로도 연례행사 수준은 벗어나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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