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LIH.KR ::

블로그 이미지
해상도 1280x1024에 최적화.

Articl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298)
어흥 (139)
편애 (57)
미심쩍은 연구소 (46)
주절주절 (49)

Calendar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Total83,299
  • Today22
  • Yesterday44
  1. 2008/08/22
    필연적 우연, 혹은 숙명적 우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연과 우연이 얽혀서 필연이 되고, 필연과 필연이 얽혀서 운명이 된다. 운명은 곧 숙명이 되고, 숙명은 곧 역사가 된다. 역사는 섞이고 섞여서 먼지가 되고, 다시 그 먼지는 섞이고 섞여서 우주를 이루게 된다.

 우주의 근원은 먼지이나, 먼지의 근원은 역사이고, 역사의 근원은 숙명이며, 숙명의 근원은 운명이고, 운명의 근원은 필연이며, 필연의 근원은 우연이니, 우주와 우연은 하나의 체계로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질서하게 보이는 우연 속의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 곧 우주를 이해하는 길이다. - Aslan 曰


 
 터키에서 지낼 때에는 '우연'과 '필연'과의 연관성에 관해 자주 상념에 잠기곤 했었는데, 오늘 위키에서 아타투르크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만약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면 처음부터 짜있는 각본이었다면?

 아타투르크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이슬람 학교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아타투르크는 학교를 마지못해 다녔고, 선생님과 싸우고 난 후에는 아예 집을 떠나 버렸다. 그리곤 살로니카에 있는 군사중학교(a military junior high school)와 군사고등학교(a military high school)에 입학해 졸업한 뒤, 이스탄불에 있는 군사대학을 끝마치고 장교로 전쟁에 참가하게 되면서 그의 신화는 창조되었다. 어쩌면 당시 아타투르크의 부모의 입장에선 막막했을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돌아보는 것이긴 하지만, 만약 아타투르크가 그 때 이슬람 신학교를 억지로 참고 다녔다면 작금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또 그가 만약 집에서 떠난 뒤, 군사학교가 아닌 단순한 상인의 도제로서의 경력을 쌓았다면 인류는 얼마나 판이한 자취를 남겼을까?

 아타투르크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필연적 우연' 혹은 '숙명적 우연'의 대표적 표상이다. 잠깐의 선택이 우연적 속성으로 작용하여 그의 운명을 바꾸었다기보다는 정해진 우연으로서의 불만족이 그를 운명으로 이끌었다고 보는 것이 옳지않나 싶다. 대개 돌발적인 사건이나 행동이 불가해한 것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행하는 모든 선택ㅡ그 중요성의 경중에는 상관없이ㅡ들이 하나의 질서와 순서를 이루며 차근차근 퍼즐 조각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는 법이다.
Trackback 0 and Comment 0